
롱블랙 프렌즈 B
최근 저를 사로잡은 화두가 있습니다. 기술의 변화에 어떻게 올라탈 것인가. 하지만 막상 AI 발전상을 따라가 보니, 속도가 너무 빠르더군요. 이내 마음이 어지러워졌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롱블랙 피플이 있으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한 관점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도구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게 아닌, “관점과 안목을 쌓는 게 우선”이라는 인물을 찾았거든요.
이름은 조명훈. 브랜드 에이전시 아카브릭Arkabrik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1980년생의 그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그러다 2020년 돌연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커리어를 바꿨습니다. 마흔셋이 된 2023년부터는 ‘AI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죠.
독학으로 디자인을 연구한 그를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테크 기업의 디자이너들이 찾았습니다. 삼성전자와 LG, 구글과 애플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그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죠.
궁금했습니다. 인문학자는 어떻게 기술의 파도에 올라탄 ‘슈퍼 개인’이 된 걸까요. 서울 을지로의 한 공간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조명훈 아카브릭 대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가장 묻고 싶었던 ‘뻔한 질문’을 조명훈 대표에게 던졌습니다. “비전공자인데 어떻게 AI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았나요?”라고.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AI의 변화를 따라잡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AI를 도구가 아닌, ‘거울 같은 존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거죠.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를 떠올려 볼까요.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해석을 빌리자면, 그는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알아보지 못해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철학자.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로 현대 미디어 담론의 기초를 닦았다.저는 AI를 마주한 지금의 우리도 나르키소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AI라는 거울에 비친 게 ‘나’라는 걸 깨달으면, 기술은 두려운 게 아닌 나의 확장이 되죠.”